오월의 메모

한 존엄한 인간이 세상을 떠났다.
지난 일주일간의 상태는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. 차라리 마냥 너무 슬프다든가, 원통하다든가, 하는 격정이 솟구쳤더라면 명쾌했을 것이다. 머리가 텅 비었고, 마음도 휑했는데, 이것을 단순히 상실감이라고 표현하는 건 맞지 않았다. 미안하기만 한 것도 아니었다. 그런 사람, 그 전에도 없고 그 후에도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, 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, 누군가의 말처럼 "새로운 시대의 맏형이고자 했으나 구시대의 막내가 되어버린" 그와 그의 시대에 대한 연민, 그런 마음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. 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, 도대체 이런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 선명하지 않아 더욱 구름속에 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. 

*
어제 노제 후에 거리를 서성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신촌에 모였고, 오래된 사람들끼리의 술자리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. 그렇게 한 시대가 갔다. 그러나 한 시대가 가버렸다는 침통함 뒤에 우리는,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, 하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. 냉담하는, 방관하는 자신에 대하여 결코 너그러워지지 말 것이다. 
by 몽유 | 2009/05/30 23:58 | 밀린 일기 | 트랙백 | 덧글(0)
트랙백 주소 : http://sonnambula.egloos.com/tb/4979064
☞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(트랙백 보내기) [도움말]

:         :

:

비공개 덧글

◀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▶



aka. mysleepwalk.net
by 몽유
Calendar
카테고리
당신에게
드문드문 쓰는 글
그 사람의 말
밀린 일기
거짓말

최근 등록된 덧글
그거 괜찮네요. 올해가 ..
by 몽유 at 12/17
며칠 전에 집에서 뜯어놓..
by 망다방 at 12/16
아직 '피아노의 숲'을 보..
by 몽유 at 12/12
시험도 끝났으니, 쥐포..
by 몽유 at 12/12
오, '피아노의 숲' 재밌..
by absentia at 12/09
라이프로그
눈먼 자들의 도시
눈먼 자들의 도시

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
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

비카인드/리와인드
비카인드/리와인드

워낭소리
워낭소리

레저베이션 로드
레저베이션 로드

[수입] Beirut - The Flying Club Cup
[수입] Beirut - The Flying Club Cup

롤라
롤라

캐쉬백
캐쉬백

무지한 스승
무지한 스승

밤은 노래한다
밤은 노래한다

매직 아워
매직 아워

rss

skin by zodiac47